팻 메스니 VS 빌 프리셀

- Pat Me, Bill Me -

현재 우리의 곁에 가장 밀접하게 다가와 있는 재즈 기타리스트로 팻 메스니와 빌 프리셀을 꼽을 수 있겠다. 이들과 함께 현재 최고의 기타리스트로 평가되고 있는 존 스코필드가 <Grace Under Pressure> 앨범에서 Pat Me, Bill Me라는 제목의 곡을 만든 점이나, 이들의 음악적 스승인 믹 구드릭과 존 에버크롬비가 공연을 통해 항상 이들의 곡들을 연주하고, 또 이들에 대한 호평의 멘트를 잊지 않는 것만 보더라도 이 두 기타리스트의 현 위상을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겠다.

먼저 두 거장이 사용하는 장비를 살펴 보면, 메스니의 경우 일렉 기타로는 Gibson 175, Ibanez 175 가 대표적이며 Coral 일렉 시타르와 42현 피카소 기타도 자주 사용되고 있다. 어쿠스틱 기타로는 6, 12줄 짜리 Custom Made와 Linda Manzer, Ovation 나일론 스트링 기타가 주로 쓰이고 있다. 무엇보다 그의 Roland GR 330 콘트롤러가 그의 음색을 지배하고 있다 하겠는데 이 콘트롤러는 Synclavier와 연결되어 있기도 하다. 최근에는 샘플러와 다양한 사운드 모듈도 애용하고 있다. 빌 프리셀은 넥 위에 튜닝펙이 없는 스타인버거같은 스몰 바디의 Steve King Custom Made를 주로 사용하고 있다. 또한, Gibson L-4와 할로우 바디의 Guild Songbird도 앵용하고 있다. 또한, <Where in the World?>와 브라이언 에일즈의 <American Blood Safety in Numbers>를 비롯한 여러 앨범에서 사용한 Weymann 벤조와 4줄 짜리 하와이 민속악기인 유클레일리도 그의 독특한 색채를 표현하는 악기라 하겠다. 알려진 대로 이들은 영롱하고, 안개 같은 사운드를 선호하기에 Mesa Boogie 앰프를 주로 이용하고 있으나 대로 Fender나 Marshall 같은 앰프를 사용해 직선적이고 강력한 사운드를 창출하기도 한다.

이들의 공통점을 살펴보면 우선 버클리 음대를 떠올릴 수 있겠다. 알려진 대로 팻 메스니는 게리 버튼에게 픽업되어 스무 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버클리에서 인스트럭터로 학생들을 가르친 경험이 있으며, 빌 프리셀은 버클리의 학생으로 정식 교육을 받으며 차근차근 음악 이론과 기초를 정립시켰다. 역시 버클리 출신의 기타리스트 마이크 스턴이 마일즈 데이비스의 <The Man with the Horn>앨범의 Fat Time에서 강력한 사운드를 구사한 이후, 버클리 스케일이라 불리는 단 하나의 스타일로 일관하는 반면 이들은 특정 스케일에 얽매이지 않는 개방적인 연주로 그들의 각기 다른 다양한 스타일의 개성을 표현하고 있다 하겠다.

두 번째로 ECM 레이블에서 첫 리더작을 발표한 후 그들의 음악적 ID 를 확립한 점을 공통점으로 볼 수 있겠다. 팻 메스니는 85년 <Song X>앨범부터 게펜으로 자리를 옮겨 그의 밴드인 팻 메스니 그룹을 통한, 좀더 펑키하고 밝은 느낌의 앨범들을 발표했으며, 97년 발매된 그의 최신 리더작 <Imaginary Day>부터 워너로 이적하여 꾸준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또한, 빌 프리셀은 88년 <Lookout for Hope>앨범을 마지막으로 ECM 과 결별한 이후 일렉트라로 옮겨 더욱 활발한 작업을 계속하고 있다. 또한, 존 조온 등 프리 재즈 뮤지션과의 작업도 꾸준히 해 오고 있으며 현재는 웨인 허비츠 등과 미 서부 시애틀을 본거지로 활동하고 있다. 어쨌든 이 들이 초창기 ECM레이블에서 활약하는 동안 ECM의 프로듀서 만프레드 아이허의 음악적 컨셉트와 엔지니어 얀 에릭 콩쇽의 사운드적인 아이디어가 이들에게 큰 영향력을 행사했음은 부인할 수 없다 하겠다. 세 번째로 많은 사이드맨으로 활동도 이들의 공통점으로 볼 수 있는데, 실제로 이들은 재즈 이외의 분야에서도 큰 활약을 보여 팻 메스니가 현대 작곡가 스티브 라이히의 Electric Counter Point에서 기타의 더빙만으로 환상적인 대위를 선보인 점이나, 빌 프리셀이 역시 젊은 현대 작곡가 게민 브라이어의 <After the Requem>등에서 그의 몽환적인 사운드로 함께 연주한 혼, 현 주자들을 리드한 점등, 이들이 장르를 초월한 찬사와 인정을 받고 있는 점도 비슷하다 하겠다.

또한, 이들은 미국인들만이 가질 수 있는 어떠한 노스탤지어를 그들의 음악에 표현하고 있는데, 미 중부 미조리의 리스서밋 출신인 펫메스니의 초기 앨범이나 최근에 상업적으로 크게 성공한 <Beyond the Missouri Sky>등, 그리고 빌 프리셀의 일렉트라 이적 첫 앨범 <Before We were Born>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컨트리 풍의 음악적 시도는 이를 반증하고 있다 하겠다. 이들의 음악적인 스타일에서는 짐 홀과 팻 마티노 등 백인 재즈 기타리스트의 계보를 잇는 듯한 공통점도 찾을 수 있다. 절제되면서도 감미로운 멜로디 라인을 강조했던 선배들의 프레이즈를 이어받는 이들의 연주는 물론 서로의 개성이 강하긴 하지만 진보된 사고와 독특한 개성의 표출이라는 면에서 그 닮은 점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이들의 음악적 색채와 컨셉트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

각자 나름대로의 독특한 개성이 있기에 타 아티스트들과 비교해 더 쉽게 구분될 수 있는데, 이들의 배경부터 비교해 보면, 팻 메스니가 1954년생, 빌 프리셀이 1951년생으로 이들은 엇비슷한 연배이나, 데뷔는 팻 메스니가 75년, 빌 프리셀이 82년에, 나이가 어린 팻 메스니가 먼저 하였다. 데뷔 앨범부터 그들은 재즈 계에 큰 화제거리를 몰고 오며 등장했는데, 70년대 그들의 음악은 ECM레이블의 색깔을 대변할 정도로 독특했다.

현재, 팻 메스니의 음악이 시퀀싱된 것 같은 (실제로 시퀀싱도 많이 사용하지만) 일렉트릭의 색채가 강하고 빌 프리셀은 <Nashville>, <Cone, Just Like Train>등의 앨범에서 보여주듯 컨트리 풍의 어쿠스틱한 분위기를 연출하는데 비해, 데뷔 당시에는 오히려 지금과는 반대였다고 하겠다. 팻 메스니의 데뷔작 <Bright Size Life>에서는 자코 패스토리우스, 밥 모제스 등과의 트리오 구성으로 그의 공향인 미조리의 전원 풍경을 잘 묘사한 어쿠스틱 사운드로 찬사를 받은 데 비해 빌 프리셀은 그의 명곡이자 컨템퍼러리 최고의 곡으로 손꼽히는 Troughout이 수록된 데뷔작인 <In Line>이나 케니 윌러와 함께 몽롱한 분위기를 연출하며, 그의 걸작 <Rambler>등에서부터 홀 성의 리버브와 각종 딜레이를 사용한 실험적인 일렉트릭 사운드를 보여주었다.

팻 메스니가 조니 미첼이나 데이빗 보위 등과의 협연으로 대중적인 느낌이 강한데 비해 빌 프리셀은 니팅 팩토리출신의 뮤지션들과 호흡을 맞춰온 때문인지 실험성이 강한 면을 보여주고 있다. 물론 팻 메스니도 오넷 콜맨과 함께한 <Song X>나 디스트의 모든 것을 통해 시니컬한 시선을 보여준 <Zero Tolerance for Silence>, 그리고 전속사 문제 때문에 데릭 베일리를 리더로 두고 아예 니팅 팩토리에서 발매한 <The Sign of Four>앨범 같은 실험적인 작품을 발표하기도 했지만, 빌 프리셀은 거의 모든 리더작에 모달 이론을 통해 내면적인 자기 철학을 추구하며 강렬한, 그리고 항상 색다른 실험적 요소를 포함시켜 왔고 찰스 밍거스를 재해석한 할 윌너의 <Weird Nightmare>나 아방가르드 재즈 계의 필청 앨범 <Narked City>등의 보다 실험적이고 혁신적인 프리 재즈류의 앨범에도 활발한 사이드맨의 활동을 했다 하겠다.

이들의 음악적 행보를 지역적인 관점에서 다시 짚어본다면 팻 메스니가 개방현을 사용한 포크 계열의 느낌에서 현란한 리듬의 남미 사운드와 펑키 그루비가 물씬 풍기는 리듬 앤 블루스 쪽으로 선회했다가 다시 테크노적인 시대의 흐름을 타고 있는데 비해 빌 프리셀은 북유럽의 어둡고 장엄한 느낌에서 내쉬빌이나 그의 출생지와 가까운 버지니아 지역의 컨트리적인 쪽의 분위기를 뉴욕의 아방가르드나 소편성의 클래식 음악과 융화시키는 시도를 고집하고 있다 하겠다.

이러한 점들을 보면 팻 메스니가 여유로운 느낌에서 최근에는 전반적으로 비트가 강한 음악을 펼치고 있는 반면 빌 프리셀은 불협으로 인식될만큼 난해한 텐션노트의 사용으로 항상 긴장감이 넘치는 음악에서 최근에는 프리재즈에 내쉬빌 사운드와 클래식의 전환을 모색하는 듯 하다. 또한, 팻 메스니가 빈틈을 발견 할 수 없을 정도의 꽉 차고 알찬 사운드를 지향하고 있다면, 빌 프리셀은 공간미나 여백의 미를 리버브, 딜레이 등의 이펙터를 통해 서정성을 제일 우선에 두는 경향이 강하다고 하겠다. 이들은 98년 마크 존슨의 <The Sound of Summer Running>앨범에서 같이 참여하며 비교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지만 아무래도 사이드맨으로서의 참여여서 인진 탐색전으로 일관한 것 같은, 그들의 베스트를 보여주었다고 할 수는 없다.

이들의 최근 활동으로, 팻 메스니가 게리 버튼의 앨범 <Like Minds>에 참여한 점이나 빌 프리셀이 프레드 허쉬와 함께한 <Songs We Know>등 사이드맨으로의 참여작 조차도 예측하지 못했던 신선하고 획기적인 아이디어로 우리를 경탄케 하기에 이들의 음악성이나 작품성을 한마디로 뭐라고 단정 짓기는 힘든 면이 없지 않으며, 이 같은 이들의 다양한 창작성은 우리 시대 재즈의 자랑이며, 다음 세대 재즈의 희망이라 할 수 있겠다.

<레코드 포럼 3월호중 - 플레이어 VS 플레이어 - 이영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