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일스 데이비스 Miles Davis
그 어떤 인생에도 '잃어버린 하루'는 있다. '오늘을 경계로 자신 속의 무언가가
변해버리리라. 그리고 아마도 두 번 다시 원래의 자신으로 되돌아가는 일은
없으리라'고 마음으로 느끼는 날 말이다.
그 날은, 오래도록 거리를 걸어다녔다. 이 거리에서 저 거리로, 이 시간에서
다음 시간으로. 늘 다니던 친숙한 거리가 낯선 거리처럼 보였다.
사방이 완전히 캄캄해진 후에야 어디 들어가 술이라도 한잔 해야지 하고
생각했다. 위스키 온 더 록을 마시고 싶었다. 조금 더 걷다가 재즈 바 비슷한
술집이 있길래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카운터와 테이블이 세 개쯤 있는,
길쭉하고 협소한 가게였다. 손님은 없었다. 재즈가 흐르고 있었다.
카운터 앞 의자에 앉아 버번 위스키 더블을 주문하였다. 그리고 '자신 속의
무언가가 변해버리리라. 그리고 두 번 다시 원래의 자신으로 되돌아가는 일은
없으리라'고 생각하였다. 위스키를 마시면서 그렇게 생각하였다.
"듣고 싶은 곡이 있습니까?"
잠시 후 젊은 바텐더가 내 앞에 와 물었다.
얼굴을 들고, 그 물음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듣고 싶은 음악? 그러고 보니
정말 음악이라도 듣고 싶은 기분인 듯하였다. 그러나 지금 여기서 어떤
음악을 들으면 좋단 말인가? 나는 당황하였다. 잠시 생각한 후 [포 앤드
모어('Four' & More)]라고 대답하였다. 그 레코드의 거뭇거뭇하고 음울한
재킷이, 맨처음 - 딱히 이렇다 할 이유도 없이 - 뇌리에 떠올랐기 때문이다.

바텐더는 레코드 장에서 마일스 데이비스의 그 레코드를 꺼내 턴테이블에
올려 놓았다. 눈앞에 놓인 술잔과, 그 안의 얼음을 바라 보면서, [포 앤드
모어]의 A면을 들었다. 그 음악은 그야말로 내가 원하던 음악이었다. 지금도
그렇게 생각한다. 그때 내가 들어 마땅한 곡은 [포 앤드 모어] 외에는 없지
않았을까 하고.
[포 앤드 모어] 중에서 마일스의 연주는 깊고 통렬하다. 그가 설정한 템포는
어이없을 정도로 빨라 거의 시비조라도 해도 좋을 정도다. 토니 윌리엄스가
새기는 하얀 초승달처럼 예리한 리듬을 배경으로, 마일스는 눈에 띄는 모든
공간에 그 마술의 쐐기를 박아넣는다. 그는 아무것도 원하지 않고, 아무것도
주지 않는다. 거기에는 추구되어야 할 공감도 없고, 제공되어야 할 치유도
없다. 거기에는 오로지 순수한 의미의 '행위'가 있을 뿐이다.
'워킹(Working)'을 들으면서(그것은 마일스가 녹음한 곡 중에서 가장 무겁고
공격적인 '워킹'이다), 내 몸이 지금 아무런 아픔도 느끼고 있지 않음을
알았다. 적어도 한동안, 마일스가 뭐에 홀린 것처럼 무언가를 짓찧고 있는
동안, 나는 무감각한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위스키를 한 잔 더 주문하였다.
꽤 오래 전 얘기지만.
재즈 에세이(Portrait in Jazz) 중에서
와다 마코토 그림/무라카미 하루키 글/김난주 옮김/열림원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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